[활동소식]①재피센에서 보낸 시간, 인턴의 기록 - 재피센에서 보낸 7개월, 그리고 조금 달라진 나

2025-12-23

497e211330e13.jpg

💖센터 활동가들이 인턴을 떠나보내며 만든 편지지ㅠㅠ💖 




안녕하세요. 여러분이 이 글을 보고 계신다는 건 제가 퇴사를 했다는 뜻이겠죠…


재난 현장에서 맺은 인연 


2025년 5월부터 시작해 벌써 12월이 됐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요. 연말까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함을 안고 첫 출근을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말이죠. 사실 작년에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줄여서 재피센) 처음 방문했을 때, 여기서 근무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생존자인 내가 세월호와 관련된 단체에서 일하면 혹시라도 안 좋게 보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포기했는데, 재난 현장에서의 만남을 계기로 이렇게 일을 하게 되다니요. 정말 감회가 새로워요.

재난피해자센터를 처음 방문하게 된 계기는 ‘새싹연구자모임 지원 사업’이었어요. 제가 속해 있는 이지스(국제재난심리지원단) 활동가 선생님께 추천받아 참여하게 되었는데, 센터의 첫 인상은 ‘그래서 여기는 뭘 하는 거지?’였던 것 같아요. 두세 번 방문하면서 ‘피해자를 위해 무언가를 하는 곳’이라는 인식으로 조금씩 발전하긴 했지만요. 

유해정 센터장님도 항상 바쁘셔서 줌으로만 잠깐 뵀던 것 말고는 잘 몰랐었어요. 재난피해자 권리 안내서 집필에 참여하며 센터와 근근이 연락을 이어가던 와중, 2025년 1월 3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 지원 활동을 하며 센터장님을 처음으로 가까이서 뵙게 되었어요. 

그전까지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날따라 괜히 마음이 열렸는지 센터장님을 보면 막 좋다는 감정이 들었고 철없게도 많이 달라붙었던 것 같아요. 센터장님도 여기서 일하면서야 듣게 됐지만, 꽤나 당황스러우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한 발짝 가까워진 센터장님을 4월 산불피해자들이 대피해있던 청송 국민체육관에서 또 만나게 돼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 후에 절 잊지 않고 센터로 초대해 주신 것도, 저에게 무척 좋은 제안을 주신 것도 어떻게 보면 센터장님의 혜안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너무 센터장님 이야기만 한 것 같지만, 저희 센터장님은 실제로도 정말 능력 있으시고 좋은 분입니다…

a20db3a5796b7.pnge2bb781999f95.png1cd1d30e606e3.png

 <2025. 1월 무안공항에서 자원활동하는 유가영(좌 1,2)/ 2025. 6월 산불 피해주민의 임시주택에서 면담 중인 유가영(우 1)> 


탈탈 털릴 뻔한 사회초년생


재피센에서 일하는 7개월 동안 많은 걸 깨닫고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몇 가지만 소개해 드릴게요.

 

첫 번째는 ‘내가 이곳에서 근무한 경험 없이 사회에 나갔다면 말 그대로 탈탈 털렸겠구나’예요. 저는 말이 많은 편이에요. 눈치를 많이 보긴 하는데, 잘 기능하는 게 아니라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우리 센터 선생님들은 이미 저보다 연륜과 경험이 넘치시는 분들이라 망정이지, 자칫했으면 ‘아, 그 세월호 걔 진짜 성격 이상하더라’라고 온 동네에 소문이 났을지도요. 

제가 일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한결같이 잘 대해 주시는 선생님들을 보며 고민도 많이 했어요. 이렇게 저를 격려해 주시고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데, 귀여운 걸로는 오래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일을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죠. 물론 지금까지 제가 해온 일들이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고, 100퍼센트 잘해냈다고 보기에도 어렵겠지만요. 이런 불완전한 사회초년생의 모습으로 일반 회사에 들어갔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저를 이곳에서 일하게 해 조금이나마 인간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신 센터장님의 선견지명이 존경스럽습니다.

이 첫 번째 부분을 조금 더 진지하게 이야기해 보자면, 저는 이전까지 제가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 별 차이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회 어느 기업에든 들어가기만 하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죠. 그런데 이곳에서 근무하며 선생님들의 일을 돕고, 하시는 일들을 보며 ‘나는 왜 저렇게 잘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최근에 한 ‘기억의 수호자’ 인터뷰를 하면서 그 생각은 더 깊어졌죠. ‘내가… 이렇게 지원을 받아야만 일할 수 있을 정도로 부족한 사람일까?’ 

물론 저는 센터장님의 소개로 이곳에서 일하게 된 거지만, 이 생각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더라고요. 그러다 SNS에 떠도는 ‘신입이 하지 말아야 할 항목’들을 보게 됐는데, 그중에 ‘시키지 않은 일을 하지 말아라. 무엇을 하기 전에 물어봐라’가 있더라고요. 그걸 보자마자 제가 쳤던 사고(?)들이 떠오르며, 원래 처음이란 어려운 거였지 하고 깨닫게 되었어요. 누구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기 위해선 주변의 격려와 지원이 필요하죠. 저도 재난 관련 사무·행정은 아예 처음이었으니 서툴 수밖에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서의 제 흑역사들이 부끄럽지 않아지지는 않겠지만요.


※ 이 글은 두 편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다음 글에서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일하며 느낀 활동가의 노동과 소진, 그리고 앞으로의 고민을 이어서 나누겠습니다.

 

📝글|유가영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전)인턴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이메일 kdrcwithus@gmail.com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6 부성빌딩 7층


ⓒ 2023 all rights reserved - 재난피해자권리센터.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주소 (04559)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6, 부성빌딩 7층

Tel 02-2285-2014

E-mail kdrcwithus@gmail.com

인스타그램 @kdrcwithus

ⓒ 재난피해자권리센터 All Rights reserved. SITE BY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