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맞이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765kV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싸우던 한 밀양 주민은 병에 맞서 싸우다가 한 달 여 곡기를 끊고 얼마 전 삶을 마감했다. 싸우던 모습과 일상을 찍은 사진을 모으며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떠올렸고 추모의 시간에 함께 보며 그를 그리워하고 슬픔을 나눴다.
가족 중 한 분은 호스피스 병실에서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모습으로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날’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는 무거운 마음을 가슴 한편에 품고 일상을 보내고 있다.
슬프고 답답할지라도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안일까.
몇 년 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한쪽 잔디밭 앞에선 참담했다. 죽음을 준비할 틈조차 없었던 희생자들이 죽어서도 존엄을 부정당하고 있구나 싶었다. 올해로 2·18대구지하철참사가 일어난 지 22년째, 여진히 그곳에는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추모비도 없고 위령탑도 없고 추모공원도 없다. 묘비도 없어 이곳에 희생자 서른 두 명이 잠들어 있는지도 몰랐다.
이 나라엔 안전한 곳이 없고, 겪고 나서야 그 마음을 알게 되고,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 존재라는데 재난참사 현장에 ‘존엄’은 단어로만 존재하는 이 되풀이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은 왜 이리도 먼가.

사진·글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2014년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2016년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https://mipaseok.com/
이달의 사진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사진과 글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재난과 재난피해자의 흔적,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재난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권리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죽음을 맞이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765kV 송전탑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며 싸우던 한 밀양 주민은 병에 맞서 싸우다가 한 달 여 곡기를 끊고 얼마 전 삶을 마감했다. 싸우던 모습과 일상을 찍은 사진을 모으며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떠올렸고 추모의 시간에 함께 보며 그를 그리워하고 슬픔을 나눴다.
가족 중 한 분은 호스피스 병실에서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인간의 존엄이 사라진’ 모습으로 가족의 보살핌을 받으며 ‘그날’을 향해 가고 있다. 우리는 무거운 마음을 가슴 한편에 품고 일상을 보내고 있다.
슬프고 답답할지라도 죽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위안일까.
몇 년 전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 한쪽 잔디밭 앞에선 참담했다. 죽음을 준비할 틈조차 없었던 희생자들이 죽어서도 존엄을 부정당하고 있구나 싶었다. 올해로 2·18대구지하철참사가 일어난 지 22년째, 여진히 그곳에는 이름을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추모비도 없고 위령탑도 없고 추모공원도 없다. 묘비도 없어 이곳에 희생자 서른 두 명이 잠들어 있는지도 몰랐다.
이 나라엔 안전한 곳이 없고, 겪고 나서야 그 마음을 알게 되고,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 존재라는데 재난참사 현장에 ‘존엄’은 단어로만 존재하는 이 되풀이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은 왜 이리도 먼가.
사진·글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2014년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2016년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https://mipaseok.com/
이달의 사진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사진과 글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재난과 재난피해자의 흔적,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재난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권리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